동점은 부정선거의 증거인가?
선거 개표 현장, 숫자가 딱 맞아 떨어지다
지방선거 개표 결과가 나왔다. 두 후보의 득표수가 1,237 대 1,237. 완벽한 동점이다.
누군가가 즉각 계산기를 들이댔다. “이 선거구에서 총 2,474표가 두 후보에게 정확히 반반으로 나뉠 확률은 5억 9,000만 분의 1이다. 이게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숫자만 보면 그럴듯하다. 5억 9,000만 분의 1이라면 로또보다 어려운 확률 아닌가. 그런데 이 주장, 통계학적으로 보면 어디서부터 틀렸을까?
복권의 오류: 숫자가 나왔다는 사실은 증거가 아니다
동전을 30번 던지면 앞뒤의 특정 배열(예: 앞앞뒤앞뒤뒤앞…)이 나온다. 이 배열 하나가 나올 확률은 약 10억 분의 1이다. 그렇다면 동전을 30번 던진 결과 자체가 “기적”이고 “조작의 증거”일까?
물론 아니다. 10억 가지 배열 중 어느 하나는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1,237 대 1,237이라는 결과가 나올 확률이 작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모든 결과도 마찬가지로 작다.
| 득표 결과 | 확률 |
|---|---|
| 1,237 대 1,237 | 매우 작음 |
| 1,300 대 1,174 | 마찬가지로 매우 작음 |
| 1,400 대 1,074 | 마찬가지로 매우 작음 |
| 어떤 결과든 | 모두 거의 같이 작음 |
표본공간 안의 모든 점은 거의 같은 확률을 가진다. “이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의 정보량은 0이다. 통계학에서는 이를 복권의 오류(lottery fallacy) 또는 개별결과 확률과 사건 확률의 혼동이라 부른다.
“그래도 동점은 특별하지 않나요?”
여기서 한 발 더 들어오는 반론이 있다. 동전 배열은 임의의 한 점이지만, 동점(A = B)은 특별한 사건 아닌가? 동점은 선거법상 추첨으로 당선자를 가릴 만큼 절차적으로 특이한 사건이다.
이 반론은 그냥 넘길 수 없다. 여기서 두 가지를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① 개별결과(점확률) \[P(A = 1237,\; B = 1237) = \text{매우 작은 수}\] 5억 9,000만 분의 1로 계산된 바로 이 값이다. 그런데 1,236 대 1,238도, 1,300 대 1,174도 모두 똑같이 작다. 이 값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② 사건확률 — 따져야 할 것은 이쪽이다
“동점이 이상한지”를 묻고 싶다면 따져야 할 것은 동점이라는 사건 전체의 확률, 즉 대각선 전체에 대한 합이다.
\[P(A = B) = \sum_k P(A = k,\; B = k) \approx \sqrt{\frac{2}{\pi n}}\]
총 투표수 \(n\)이 수천 명 수준의 근접 경합이라면, 이 값은 수 % 수준이다. 수억 분의 1이 아니다.
동점을 “특별한 사건”으로 인정하더라도, 그 특별한 사건의 확률 자체가 전혀 희귀하지 않다. 이것이 결정타다. 절차적으로 특별한 것과 확률적으로 희귀한 것은 완전히 별개다.
p-값이 아닌 것을 p-값인 척 쓰다
이 주장이 가진 가장 심각한 통계적 오류는 따로 있다.
가설검정에서 유효한 유의확률(p-값)은 이렇게 정의된다.
관측값 또는 그보다 더 극단적인 영역의 확률 \[p = P(\text{검정통계량} \geq \text{관측치} \mid H_0)\]
동점을 검정하려면 자연스러운 검정통계량은 두 후보 득표 차이의 절댓값 \(|A - B|\) 이며, “더 극단적인” 영역은 \(|A - B| \leq 0\), 즉 동점이거나 그 이상의 접전이다.
| 구분 | 설명 |
|---|---|
| 5.9억 분의 1 | 단 한 점의 확률(점확률). “1,237 대 1,237이라는 그 특정 결과”만의 값 |
| 유효한 p-값 | 동점 또는 더 접전인 모든 결과를 합산한 꼬리 확률 → 수 % 수준 |
반론자가 제시한 수억 분의 1은 “그만큼 또는 더 극단적인” 꼬리를 포함하지 않으므로, 애초에 유의확률의 자격이 없다. 점확률을 유의확률인 양 제시한 것이 오류의 본질이다.
결론: 작은 확률은 증거가 되지 않는다
모든 결과의 점확률은 비슷하게 작다. “이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는다.
동점이라는 사건의 확률은 수 % 수준이다. 수억 분의 1이 아니다. 절차적 특이성과 확률적 희귀성은 다른 개념이다.
5억 9,000만 분의 1은 p-값이 아니다. 통계적 검정은 점확률이 아니라 꼬리확률로 한다.
특정 결과의 확률이 작다는 이유로 조작을 의심하려면, 모든 선거 결과가 조작이어야 한다. 어느 결과든 사전 확률은 똑같이 작기 때문이다.
숫자가 설득력 있어 보일수록, 그 숫자가 무엇을 재고 있는지 더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