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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0.05라는 숫자의 기원
  • p-값이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 “유의하다”와 “중요하다”는 다르다
  • 결론: 숫자보다 이야기가 먼저다

p-값은 왜 0.05인가?

통계기초
가설검정
가장 많이 쓰이지만 가장 많이 오해되는 통계 숫자, p-값의 의미를 이야기로 풀어봅니다.
Author

권세혁

Published

June 2, 2026

0.05라는 숫자의 기원

대학원생 논문 지도를 하다 보면, 결과표에 별표(*)가 몇 개 붙었는지부터 확인하는 학생들을 자주 만난다. “p < 0.05면 유의하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0.05일까? 0.04는 안 되고, 0.06은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걸까? 나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학생에게 되묻는다. “그 기준, 누가 정했는지 아세요?”

사실 0.05라는 기준은 로널드 피셔(Ronald Fisher) 가 1925년 《Statistical Methods for Research Workers》에서 “편의상 기준으로 삼기 좋다”고 제안한 데서 비롯됐다. 엄밀한 수학적 근거가 있는 숫자가 아니다. 피셔 본인도 이 숫자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으라고 한 것이 아니었다.

p-값의 정의

귀무가설이 참이라고 가정했을 때, 실제로 관측된 결과 혹은 그보다 더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확률.

p-값은 “효과의 크기”나 “가설이 옳을 확률”이 아니다. 데이터와 귀무가설 사이의 양립 가능성을 나타내는 수치다.

귀무가설이 참일 때의 검정통계량 분포(표준정규분포). 관측값(주황 점) 오른쪽으로 더 극단적인 영역의 넓이가 곧 p-값이다.

p-값이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p-값을 둘러싼 오해는 통계학에서 가장 오래된 논쟁 중 하나다.

흔한 오해 vs 올바른 해석
잘못된 해석 올바른 해석
p = 0.03 → “귀무가설이 거짓일 확률 97%” p = 0.03 → “귀무가설 하에서 이 데이터가 나올 확률 3% 이하”
p > 0.05 → “효과 없음을 증명” p > 0.05 → “귀무가설을 기각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음”
p가 작을수록 효과가 크다 p가 작은 것은 표본 크기와도 관련 있음

p-값은 효과의 크기(effect size)를 말하지 않는다.

표본이 충분히 크면 아무리 작은 차이도 p < 0.05가 된다. 반대로 표본이 작으면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어도 유의하지 않게 나올 수 있다.

실질적으로는 아주 작은 효과(두 집단 평균 차이가 표준편차의 5%에 불과)라도, 표본크기가 커지면 p-값은 결국 0.05 아래로 떨어진다.

그래프의 효과 크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하나, 표준편차의 5%로 고정돼 있다. 달라진 것은 표본크기뿐인데도 p-값은 표본이 커질수록 계속 작아진다. 작은 p-값이 항상 “큰 효과”를 의미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깊이: 유의확률의 정식 정의와 계산

p-값을 “귀무가설이 거짓일 확률”로 오해하는 흔한 실수는, 정식 정의를 정확히 알면 사라진다. 강의노트 〈수리 통계 7. 가설검정과 신뢰구간 — 유의확률〉에서는 유의확률을 “귀무가설 하에서 검정통계량이 관측치보다 귀무가설을 기각하는 방향으로 더 극단적인 값을 가질 확률”로 엄밀하게 정의하고, 단측·양측 검정에 따른 계산 방법과 예제를 다룬다.

“유의하다”와 “중요하다”는 다르다

2019년 미국통계학회(ASA)는 p-값만으로 결론을 내리는 관행에 경고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800명 이상의 통계학자가 서명한 이 성명의 핵심 메시지는 하나였다.

ASA 성명의 핵심 (2019)

“통계적 유의성”이라는 이분법적 기준을 버려라.

효과의 유무는 p-값 하나로 결정할 수 없다. 효과의 크기(effect size), 신뢰구간, 연구 맥락, 반복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결론: 숫자보다 이야기가 먼저다

p-값은 분석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p < 0.05가 나왔으니 됐다”가 아니라, “이 결과가 실질적으로 무슨 의미인가”를 묻는 것이 통계의 본래 역할이다.

실전에서 p-값을 쓸 때
  • p-값과 함께 효과 크기(Cohen’s d, η² 등)를 항상 보고한다
  • p > 0.05를 “효과 없음”으로 결론 내리지 않는다
  • 표본 크기가 매우 크면 p-값보다 신뢰구간의 범위를 더 주목한다
  • 사전에 유의수준을 정하고(0.05 또는 0.01), 결과를 본 뒤 기준을 바꾸지 않는다

0.05라는 숫자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않고, 데이터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그것이 좋은 통계 분석의 시작이다.

논문 심사를 맡을 때마다 나는 저자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이 차이가 실제로 얼마나 큰가요?” 별표 개수로 답하는 저자보다, 숫자로 답하는 저자의 논문이 대개 더 오래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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