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식 통계 숫자 읽는 법) 인과추론 감각을 기르는 법 — 미신적 상관관계 모음
니콜라스 케이지와 익사 사고, 치즈와 침대시트
통계학자 타일러 비건(Tyler Vigen)이 정리해 유명해진 사례가 있다. 1999년부터 2009년까지,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가 그해 출연한 영화 편수와 미국에서 수영장에 빠져 익사한 사람 수 사이의 상관계수는 0.666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1인당 치즈 소비량과, 침대시트에 몸이 엉켜 사망한 사람 수 사이의 상관계수는 0.947에 달한다. 두 쌍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공개 데이터로 계산된 진짜 숫자다. 그런데 니콜라스 케이지의 영화 출연이 누군가를 익사하게 만들었다거나, 치즈를 많이 먹을수록 침대시트에 엉켜 죽을 확률이 올라간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연히도, 이 정도 상관은 생각보다 흔하다
이런 숫자가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자. 서로 완전히 무관한 두 값이, 그저 해마다 오르내리기만 하는 시계열 자료라면 — 즉 “니콜라스 케이지 영화 편수”와 “익사 사고 수”처럼 해마다 등락하는 숫자 두 개를 아무 관계 없이 무작위로 만들어낸다면 — 상관계수는 얼마나 자주 이렇게 높게 나올까?

시뮬레이션 결과, 아무 관계 없는 두 시계열 사이에서도 상관계수 0.666 이상이 나올 확률은 약 22%, 0.947 이상이 나올 확률도 약 1.4%였다. 완전히 우연으로도 드물지 않게 나올 수 있는 숫자라는 뜻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 두 값이 서로 무관하더라도, 둘 다 시간이 지나며 오르내리는(트렌드가 있는) 숫자라면, 우연히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간이 겹치기 쉽다. 세상에는 해마다 오르내리는 통계가 수천, 수만 개나 있다. 그중 아무 둘이나 짝지어보면, 이 정도로 높은 상관계수를 보이는 쌍은 반드시 몇 개씩 나온다.
- 상관계수가 높다고 인과관계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오늘 확인했듯, 완전히 무관한 시계열도 우연히 높은 상관을 보일 수 있다.
- 두 변수를 이어줄 그럴듯한 메커니즘(경로)이 있는지 먼저 물어라. 메커니즘 없이 숫자만 비슷하게 움직인다면 의심부터 하라.
- 비교 대상 쌍이 많을수록, 그중 하나쯤은 우연히 높은 상관을 보이기 마련이다. 수백 개 변수를 모두 짝지어 상관계수를 훑는 방식(데이터 마이닝) 자체가 허위상관을 만들어내는 공장이다.
더 깊이: 상관과 인과를 혼동하는 함정
강의노트 〈기초통계학 3. 통계의 이해 — 확률 해석의 함정〉이 정리한 “통계 해석의 주요 함정” 표는 이 문제를 정확히 짚는다: “상관 vs. 인과 혼동 — 함께 움직인다고 인과관계로 오해. 예: 태양 흑점 수와 정당 점유율의 허위상관.” 니콜라스 케이지의 영화 편수와 태양 흑점 수는 소재만 다를 뿐, 통계적으로는 같은 함정이다. 둘 다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관계를 지어내려는 유혹이다.
SDV 관점: 상관에서 멈추지 않고 인과로 나아가기
두 변수의 상관계수를 계산하는 일은 요약(기술통계, 1단계)이고, 오늘처럼 그 상관이 우연일 가능성을 시뮬레이션으로 따져보는 건 추론(2단계)을 넘어선 검증이다. 제가 제안하는 SDV(통계적 데이터 가치화)의 관점에서 보면, 상관관계 하나를 발견하는 것과 그것을 결정의 근거로 쓰는 것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실제로 가치 있는 통계 작업은 상관계수를 보고 “관계가 있다”고 서둘러 결론짓는 게 아니라, 메커니즘을 확인하고, 무작위 대조(실험이나 자연실험)로 인과를 검증한 뒤에야 정책이나 투자 같은 실제 결정에 반영하는 것이다. AI는 수천 개 변수 쌍의 상관계수를 순식간에 계산해 보여줄 수 있다. 그럴수록 통계학자의 역할은 계산이 아니라, 그 상관 중 어느 것이 진짜 가치 있는 인과적 통찰인지 가려내는 것이다. (about SDV & me)
결론: 챕터 1을 마치며 — 숫자 다음엔 항상 질문이 있다
이 시리즈의 첫 챕터, “숫자를 대표하는 방법”에서 시작해 오늘 “공식 통계 숫자 읽는 법”까지, 8주 40편 동안 우리는 같은 메시지를 여러 각도에서 반복해왔다. 평균도, 비율도, 순위도, 상관계수도 — 숫자 하나만으로는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다. 그 숫자가 무엇을 요약했는지, 무엇을 감췄는지, 우연이었는지 필연이었는지를 물어야 비로소 숫자가 쓸모 있어진다. 다음 챕터부터는 “확률과 우연의 세계”로 들어가, 이 질문들을 조금 더 정교한 도구로 다뤄볼 것이다.
- Tyler Vigen, Spurious Correlations — tylervigen.com/spurious-correl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