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의 직관은 왜 통계와 충돌하는가) 농구에서 ’슛 감각이 올랐다’는 말은 사실일까?
“지금 손이 완전히 풀렸네요”
농구 중계를 보다 보면 한 선수가 3점슛을 서너 개 연속으로 넣는 순간, 캐스터의 목소리 톤이 달라진다. “지금 완전히 물올랐습니다”, “감각이 살아있어요”, “패스를 계속 몰아줘야 합니다.” 이른바 핫핸드(hot hand) — 방금 몇 개를 성공시킨 선수는 다음 슛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믿음이다. 이 표현은 한국 농구 중계에서도 “핫핸드”라는 말 그대로 쓰일 만큼 널리 퍼져 있다.
직관적으로는 당연해 보인다. 리듬을 타는 것 같고, 자신감이 붙는 것 같고, 수비도 위축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직관을 통계학의 언어로 옮기면 이런 질문이 된다. “이 선수의 슛 성공 여부는 정말로 바로 직전 슛의 결과에 영향을 받는가, 아니면 그냥 매번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우연인가?”
성공확률이 고정된 가상의 슈터를 만들어보자
이 질문에 답하기 가장 간단한 방법은, 매 슛마다 성공확률이 정확히 똑같고, 직전 결과와 완전히 무관한 가상의 슈터를 컴퓨터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성공확률 45%인 이 가상 슈터에게 100번 슛을 던지게 시뮬레이션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초록 칸은 성공, 회색 칸은 실패다. 금색 테두리로 표시한 구간을 보면 8연속 성공이 나온다. 이 슈터에게는 “기억”이 전혀 없다. 46번째 슛을 넣을 확률은 45번째 슛이 들어갔든 빗나갔든 똑같이 45%다. 그런데도 눈으로 보면 영락없이 “몰아넣는” 구간이 보인다.
이런 몰아넣기는 얼마나 “특별”한가
혹시 방금 본 그림이 우연히 뽑은 극단적인 사례는 아니었을까? 같은 조건(성공확률 45%, 100번 슛)의 가상 슈터를 2만 명 만들어, 각자의 최장 연속 성공 기록을 모아보면 답이 나온다.

성공확률이 전혀 변하지 않는 순수한 무작위 슈터라 해도, 100번 중 5연속 성공은 3명 중 2명꼴로 나온다. 6연속도 세 명 중 한 명꼴이다. 8연속처럼 방송에서 “물올랐다”고 흥분할 만한 기록조차, 열두 명 중 한 명꼴로 순전한 우연만으로 나타난다. 한 경기, 한 선수만 보면 드물어 보이지만, 한 시즌 내내 여러 선수가 수십 번씩 슛을 쏘는 KBL·NBA 전체로 보면 이런 “몰아넣기”는 매 경기 어딘가에서 반드시 일어나는 흔한 사건이다.
이 착시에는 이름이 있다. 소수의 법칙(law of small numbers) — 사람들은 작은 표본에서도 전체 모집단(여기서는 “이 선수의 진짜 실력”)의 성질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동전을 100번 던지면 앞면 6연속 정도는 흔하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아도, 실제로 그 장면을 눈앞에서 보면 “이건 우연이 아니다”라는 확신이 본능적으로 앞선다. 무작위성 자체가 원래 “덩어리져” 보인다는 사실을, 우리 직관은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한다.
1985년의 연구, 그리고 30년 만의 반전
이 질문을 처음 본격적으로 검증한 사람은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와 동료들이었다. 1985년 발표한 논문에서 이들은 미국 프로농구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실제 슛 기록과, 코넬대학교 농구부원들을 대상으로 한 통제된 자유투 실험 데이터를 분석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직전 슛의 성공 여부는 다음 슛의 성공 확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했다. 선수 본인과 팬들 모두 “핫핸드는 확실히 존재한다”고 굳게 믿었지만, 데이터는 그 믿음을 뒷받침하지 않았다.
이 연구는 이후 30년간 “핫핸드는 인지적 착각”이라는 정설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2015년, 경제학자 조슈아 밀러(Joshua Miller)와 애덤 산주르호(Adam Sanjurjo)가 이 결론에 통계적 허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한한 길이의 시퀀스에서 “직전 슛이 성공이었던 경우만 골라 다음 슛 성공률을 계산”하면, 그 계산 방식 자체에 성공률을 실제보다 낮게 추정하게 만드는 미묘한 편향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 편향을 보정하자, 원래 데이터에서도 핫핸드 효과가 다시 나타났다 — 다만 사람들이 믿는 것보다는 훨씬 작은 크기로.
- 직관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보정된 재분석에 따르면 아주 작은 핫핸드 효과는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
- 그러나 그 크기를 사람들은 심하게 과장한다. 캐스터가 “완전히 물올랐다”고 표현할 만큼 극적인 효과는 어떤 분석에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 긴 연속 기록 자체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성공확률이 고정된 순수한 우연만으로도 8연속, 심지어 그 이상도 심심찮게 나온다. 연속 기록을 봤다면, 그 다음 질문은 “얼마나 놀라운 기록인가”가 아니라 “순전한 우연이었다면 이 정도 기록이 나올 확률은 몇 %인가”여야 한다.
더 깊이: 슛 하나하나는 독립적인 베르누이 시행이다
강의노트 〈수리통계학 5. 유명분포 — 베르누이분포〉는 결과가 성공·실패 두 가지뿐이고, 각 시행이 서로 독립적이며, 성공확률이 매번 동일하게 유지되는 실험을 베르누이 시행으로 정의한다. 이번 글에서 시뮬레이션한 가상 슈터가 정확히 이 정의를 따른다 — 45%라는 확률이 매 슛마다 그대로 유지되고, 이전 결과가 다음 결과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핫핸드 논쟁의 핵심은 결국 이 정의 자체를 검증하는 문제다. 실제 슛 데이터가 “독립적인 베르누이 시행들의 나열”이라는 가정과 통계적으로 구별되지 않는다면, 연속 성공은 그저 이항분포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무늬일 뿐이다.
결론: 연속 기록을 보거든, 먼저 이렇게 물어라
나는 학생들에게 이 시뮬레이션을 직접 코드로 돌려보게 한다. 시드값만 몇 번 바꿔봐도 8연속, 9연속 성공이 어렵지 않게 나오는 걸 보고 나면, “손이 풀렸다”는 표현을 이전과 같은 마음으로 듣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핫핸드가 완전한 허구라는 뜻은 아니다 — 2015년의 재분석이 보여주듯, 아주 작은 진짜 효과는 있을 수 있다. 다만 우리 눈에 보이는 극적인 “몰아넣기”의 대부분은, 그 작은 진짜 효과가 아니라 무작위성이 원래 가진 덩어리짐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연속 기록을 보거든 감탄하기 전에 먼저 물어보라. “이 정도 연속은, 순전히 운이었어도 몇 번에 한 번은 나오는 흔한 일 아닌가?”
- Gilovich, T., Vallone, R., & Tversky, A. (1985). The hot hand in basketball: On the misperception of random sequences. Cognitive Psychology, 17(3), 295-314.
- Miller, J. B., & Sanjurjo, A. (2015). Surprised by the hot hand fallacy? A truth in the law of small numbers. Econometrica, 86(6), 2019-2047.
- Hot hand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