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률과 우연의 세계) 희귀한 사건이 매일 뉴스에 나오는 이유 — 다중 기회
1000만분의 1의 확률, 그런데 오늘도 뉴스에 나온다
“1,000만 명 중 한 명꼴로 일어나는 희귀한 사건”이라는 표현을 뉴스에서 종종 본다. 개인 한 사람에게 이 확률은 정말 작다. 그런데 이 확률을 가진 “기회”를 가진 사람이 한국에만 5,100만 명이라면 어떨까? 계산해보면, 오늘 하루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이 정도로 희귀한 사건이 적어도 한 번은 일어날 확률은 99% 이상이다. 개인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확률이, 사회 전체로 보면 사실상 “매일 일어나는 일”이 되는 이유다.
리틀우드의 “기적의 법칙”
영국의 수학자 존 리틀우드(John Littlewood)는 이런 현상을 “기적의 법칙(Littlewood’s Law of Miracles)”이라 불렀다. 그가 말한 “기적”의 정의는 단순하다 — 개인에게 100만분의 1의 확률로 일어나는 사건이다. 그런데 사람은 깨어 있는 동안 대략 한 달이면 100만 번 가까운 크고 작은 “사건”(보고, 듣고, 마주치는 것들)을 경험한다고 어림잡을 수 있다. 그렇다면 100만분의 1의 확률로 일어나는 “기적”은, 한 사람에게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꼴로 일어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그 기적이 매번 나에게 일어나는 건 아니다 — 그 “한 달에 한 번”이라는 몫이, 지구상 수십억 명 중 누군가에게 돌아갈 뿐이다.

뉴스는 “누구에게” 일어났는지를 전하지, “얼마나 드문지”를 전하지 않는다
언론이 희귀한 사건을 보도할 때, 그 사건이 “이 사람”에게 일어날 확률이 아니라 “이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를 전한다. 그런데 5,100만 명이 저마다 그 사건의 “기회”를 하나씩 갖고 있다면, 그중 누군가에게 일어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로또 1등이 매주 나오는 것도, 벼락에 맞는 사람이 해마다 몇 명씩 나오는 것도, 희귀 질환이 매달 어디선가 새로 진단되는 것도 같은 원리다 — 개인의 확률은 극히 낮아도, 그 확률을 가진 사람의 수가 충분히 많으면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일어난다.
- “이 사람에게 일어날 확률”과 “누군가에게 일어날 확률”을 구분하라. 전자는 낮아도 후자는 매우 높을 수 있다.
- 그 사건의 “기회”를 가진 모집단이 얼마나 큰지 생각해보라. 모집단이 클수록, 아무리 희귀한 사건도 “매일 어디선가는 일어나는 일”이 된다.
- “이런 우연이?”라는 반응이 나오면, 그 우연이 일어날 수 있었던 전체 기회의 수를 먼저 세어보라. 이번 주 다룬 생일 문제, 로또 명당 이야기와 정확히 같은 논리다.
더 깊이: 여러 사건의 합집합은 각 확률의 합을 넘지 않는다
강의노트 〈수리통계학 1. 확률론 — 확률계산 관련 정리〉가 소개하는 불의 부등식(Boole’s Inequality)은 \(P\left(\bigcup_{i=1}^{\infty} A_i\right) \leq \sum_{i=1}^{\infty} P(A_i)\)로, 여러 사건 중 “적어도 하나가 일어날 확률”이 각 사건 확률의 합을 넘지 않는다는 걸 보장한다. 오늘 계산에서 5,100만 명 각각을 “그 사람에게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가진 개별 사건으로 보면, 그 합(약 5.1)이 바로 “누군가에게는 일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횟수”의 상한에 가까운 근사값이 된다. 확률이 아무리 작아도, 더해지는 항의 개수(기회의 수)가 충분히 많으면 그 합은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 — 이것이 희귀한 사건이 큰 모집단에서 흔해지는 수학적 이유다.
SDV 관점: 희귀 사건 관리는 개인 확률이 아니라 모집단 규모로 설계해야 한다
개인 확률과 모집단 전체의 기대 발생 횟수를 구분하는 일은 요약과 추론(1~2단계)에 해당한다. 제가 제안하는 SDV(통계적 데이터 가치화) 관점에서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리스크 관리·품질 관리·이상 탐지 설계 전반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정도 확률이면 안전하다”는 판단은 개인(또는 거래 한 건) 기준의 확률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확률에 노출되는 모집단(고객 수, 거래 건수, 부품 수)이 얼마나 큰지를 함께 계산해야, “이번 달에 몇 건 정도는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진짜 의사결정 근거가 나온다. 이번 주 다룬 생일 문제, 독립사건, 군집 착각, 명당의 정체, 그리고 오늘의 다중 기회는 모두 같은 메시지로 수렴한다 — 확률은 언제나 “몇 번의 기회가 있었는가”와 함께 읽어야 한다. (SDV(데이터 가치화))
결론: 확률이 작다고 안심하지 말고, 기회의 수를 세어보라
나는 학생들에게 “말도 안 되는 확률”이라는 표현을 들으면 딱 하나만 물어보라고 말한다. “그 확률을 시도할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나요?” 이번 주 다섯 편의 글 — 생일 문제, 독립사건, 군집 착각, 로또 명당, 그리고 오늘의 다중 기회 — 은 결국 하나의 도구로 요약된다. 확률이 작아 보인다고 안심하기 전에, 그 작은 확률에 곱해질 기회의 수부터 세어보는 습관이다.
- Littlewood, J. E. Littlewood’s Miscellany (1953, 1986 재발간) — “기적의 법칙”의 최초 출처로 널리 인용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