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숫자를 대표하는 방법) 같은 평균, 전혀 다른 세상
두 펀드, 똑같이 “연평균 수익률 7%”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상품을 고를 때, 나는 늘 안내장의 “연평균 수익률”란을 가장 먼저 본다. 그런데 이 숫자만으로는 절대 판단하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은행 창구에서 펀드 두 개를 추천받았다고 해보자. A펀드도 연평균 수익률 7%, B펀드도 연평균 수익률 7%. 안내 자료의 숫자만 보면 완전히 같은 상품처럼 보인다. 둘 중 아무거나 골라도 상관없을까?
평균은 ’가운데’만 말해줄 뿐이다
평균은 데이터를 대표하는 값이지만, 데이터가 평균 주위에 얼마나 흩어져 있는지는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이 흩어진 정도를 재는 것이 바로 분산(variance)과 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다.
\[\text{분산} = \frac{1}{n}\sum_{i=1}^{n}(x_i - \bar{x})^2, \qquad \text{표준편차} = \sqrt{\text{분산}}\]
각 값이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제곱해서 평균 낸 것이 분산이다. 표준편차는 그 값을 다시 제곱근으로 되돌려, 원래 데이터와 같은 단위로 “흩어진 정도”를 나타낸다.
표준편차가 작다 = 평균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표준편차가 크다 = 평균에서 멀리, 넓게 흩어져 있다.
15년간의 수익률을 나란히 보면
A펀드의 표준편차는 약 2.1%p, B펀드는 약 13.5%p다. 평균은 완전히 같지만, 흩어진 정도는 6배 넘게 차이난다. A펀드에 넣어두면 어느 해든 “대략 7% 안팎이겠거니” 예상할 수 있지만, B펀드는 어느 해에 –8%가 될지, +36%가 될지 짐작하기 어렵다.
같은 평균인데 결과는 왜 달라질까 — 복리의 배신
여기서 끝이 아니다. “평균이 같으니 15년 뒤 자산도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100만 원을 넣었다면, A펀드는 15년 뒤 약 275만 원, B펀드는 약 248만 원이 된다. 분명 “연평균 7%”로 안내받은 두 상품인데,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다르다.
안내 자료의 “연평균 수익률 7%”는 대개 산술평균이다. 그러나 실제로 자산이 불어나는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기하평균(복리수익률)이다.
- A펀드: 산술평균 7.0% → 기하평균 약 7.0%
- B펀드: 산술평균 7.0% → 기하평균 약 6.2%
변동성이 클수록 산술평균과 기하평균의 차이는 벌어진다. 대략 기하평균 ≈ 산술평균 − 분산/2로 근사된다. 손실 난 해의 타격이 이후 이득으로도 완전히 메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20%를 만회하려면 +20%가 아니라 +25%가 필요하다).
분산이 클수록, 같은 산술평균이라도 실제로 불어나는 돈은 더 적다.
이 글에서 쓴 분산, 표준편차, 기하평균의 정확한 공식은 강의노트 〈기초통계 2. 데이터와 통계 — 측정형 데이터〉에 정리되어 있다. 특히 기하평균은 강의노트에서도 “비율 자료나 성장률 분석에 적합”하다고 소개되는데, 이 글의 복리수익률이 정확히 그 사례다.
결론: “평균”만 보고 상품을 고르지 말자
- “연평균 수익률”이라는 말을 들으면 “변동성(표준편차)은 얼마인가”를 함께 묻는다.
- 평균이 같다면 분산이 작은 쪽이 더 안정적으로 그 평균에 가깝다.
- 변동성이 큰 자산은 산술평균보다 실제 복리 성과가 낮아진다는 점을 기억한다.
- 평균 하나로 요약된 숫자는 항상 “이 평균이 얼마나 흩어진 데이터에서 나왔는가”와 함께 읽어야 한다.
두 펀드는 안내장 위에서는 똑같은 “7%”였다. 그러나 분산이라는 두 번째 숫자를 더하는 순간,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세상이 드러난다. 평균은 이야기의 절반일 뿐이다.
내 퇴직연금 명세서를 볼 때마다 나는 수익률 옆의 작은 글씨, “표준편차”나 “위험등급”을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은퇴 이후의 삶은, 평균이 아니라 그 평균이 실제로 어떻게 흔들렸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