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 인식과 승부의 확률) 무엇이 더 위험한지 확률로 따져보면 — 비행기 vs 자동차
이륙할 때는 긴장하고, 공항까지는 아무렇지 않게 운전한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손잡이를 꽉 쥐는 사람도, 공항까지 운전해 가는 동안에는 전혀 긴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통계로 보면 이 반응은 거꾸로다. 2023년 국토교통부 항공안전백서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의 항공사고 발생률은 100만 운항횟수당 2.1건이었고, 최근 5년 평균은 4.6건이다. 반면 같은 해 한국에서는 교통사고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2025년 기준 사망자 2,549명). 두 숫자를 그냥 나란히 놓고 “역시 자동차가 더 위험하다”고 결론 내리기 쉽지만, 사실 이 둘은 서로 다른 것을 재고 있다.
같은 단위로 맞춰야 비교가 된다
항공사고 발생률(100만 운항당 2.1건)은 “사고가 일어난 비행 횟수의 비율”이고, 교통사고 사망자 수(2,549명)는 “한 해 동안 숨진 사람의 수”다. 하나는 비율이고 하나는 숫자다. 하나는 모든 종류의 사고(경미한 준사고 포함)를 세고, 하나는 사망만 센다. 이 시리즈의 8월 글 “숫자보다 먼저 분모를 보라”에서 다뤘듯, 비교하려면 먼저 같은 분모로 맞춰야 한다. 해외에서 자주 인용되는 수치들을 봐도 기준이 제각각이다.
이 네 숫자는 모두 “그럴듯한” 출처에서 나왔지만, 평생 기준인지 1회 탑승 기준인지, 어느 나라 자료인지에 따라 10배, 100배씩 차이가 난다. 그래서 이 글은 “비행기가 몇 배 더 안전하다”는 단정적인 숫자를 내세우기보다, 어떤 기준으로도 비행기 쪽이 더 안전하다는 방향은 일관된다는 점에 집중한다.
실제 국내 항공사고 발생률

이 수치는 사망사고만이 아니라 모든 항공사고(준사고 포함)를 센 것이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100만 번 운항에 2~5건 수준이라는 것은, 한 사람이 평생 수백 번 비행기를 타더라도 사고를 만날 확률이 극히 낮다는 뜻이다. 물론 드물지만 비극적인 사고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며, 그런 사고가 유난히 크게 보도되기 때문에 실제보다 위험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 기준(분모)이 같은지 확인하라. 1회 탑승 기준인지, 1년 기준인지, 평생 기준인지에 따라 숫자가 완전히 달라진다.
- “사고”와 “사망사고”를 구분하라. 모든 사고를 센 숫자와 사망만 센 숫자는 비교 대상이 다르다.
- 희귀한 사건의 비율은 해마다 크게 흔들린다는 것을 기억하라. 분모(사고 건수)가 작을수록 비율 하나하나의 변동 폭이 커진다.
- 방향(어느 쪽이 더 위험한가)과 정확한 배수를 구분하라. 출처마다 배수는 다르지만, 방향은 대체로 일관된다.
더 깊이: 사고 여부를 베르누이-이항분포로 보기
강의노트 〈수리통계학 5. 유명분포 — 이항분포〉는 매 시행마다 “사고/무사고”라는 두 결과만 갖는 베르누이 시행을 \(n\)번 반복했을 때의 사고 건수를 이항분포로 다룬다. 비행 한 번, 자동차 운행 한 번을 각각 하나의 시행으로 보면, “100만 번 중 2~5건”이라는 발생률은 이 이항분포의 성공확률 추정값이다. 분모(시행 횟수)가 다르면 같은 이항분포라도 전혀 다른 숫자가 된다.
SDV 관점: 위험 수치는 비교 가능한 단위로 환산해야 가치를 갖는다
서로 다른 위험 지표의 단위를 맞추는 일은 요약과 추론(1~2단계)의 기초이며, SDV(통계적 데이터 가치화) 관점에서는 모든 위험 비교·의사결정 보고서의 신뢰성을 좌우한다. “A가 B보다 위험하다”는 주장을 숫자로 뒷받침하려면, 두 숫자가 같은 분모(같은 기간, 같은 모집단, 같은 사건 정의) 위에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분모가 다른 두 숫자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아무리 정교하게 계산해도 결론은 처음부터 틀릴 수 있다. 데이터에 가치를 더하는 일은 화려한 모델이 아니라, 비교의 전제를 맞추는 가장 기본적인 작업에서 시작한다. (SDV(데이터 가치화))
결론: 숫자를 비교하기 전에 단위부터 맞춰라
나는 학생들에게 “A가 B보다 위험하다”는 기사를 보면, 숫자를 믿기 전에 그 숫자들이 같은 기준으로 계산됐는지부터 확인하라고 말한다. 비행기와 자동차 중 어느 쪽이 더 위험한가에 대한 답은 거의 모든 기준에서 일관되게 “자동차”를 가리키지만, 그 배수가 10배인지 100배인지는 분모를 무엇으로 두느냐에 달려 있다.
- 2023년 국적항공사 항공사고 발생률(100만 운항당 2.1건, 최근 5년 평균 4.6건)은 국토교통부·항공안전백서 자료를 인용한 보도를 참고했다.
- 2025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2,549명)는 도로교통공단 TAAS 통계를 참고했다(이 시리즈 10월 28일 글에서도 인용).
- 평생 기준 확률(자동차 1/98, 비행기 1/7,178)과 1회 기준 추정치(자동차 1/5,000, 비행기 1/1,100만)는 출처가 제각각인 공개 자료를 참고한 것으로, 계산 기준이 자료마다 다르다는 점을 이 글의 핵심 논지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