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과 불확실성을 이해하는 법)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피해가 큰 사건을 어떻게 볼 것인가? — 저확률·고피해 리스크
평소엔 괜찮다가, 한 번에 2조 원이 무너진 날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덮쳤다. 포항제철소는 공장이 침수되며 생산·판매 손실만 2조 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산업통상자원부 민관 조사단이 추산했다. 복구비용과 재고 손실까지 더하면 피해 규모는 1조 원을 훌쩍 넘었다. 그런데 포스코가 평소 겪는 자연재해 손실은 이 정도 규모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작다. 대부분의 해는 태풍으로 인한 손실이 미미하거나 없지만, 수십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이런 사건이 터지면 피해가 단번에 조 단위로 뛴다. 이것이 확률은 낮지만 피해가 막대한 사건, 곧 저확률·고피해 리스크 또는 꼬리 위험(tail risk)이다.
평균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위험
포스코의 사례를 일반화한 가상의 모델로 살펴보자. 아래 그림은 같은 평균 손실(100, 설명을 위한 상대값)을 가진 두 가지 손실 분포를 비교한다. 왼쪽은 손실이 평균 주변에 고르게 퍼져 있는 경우이고, 오른쪽은 포스코의 힌남노 경험처럼 대부분 손실이 거의 없다가 아주 드물게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다.
오른쪽 그림은 손실이 400을 넘는 드문 해(최대 15만)를 잘라서 보여준다. 거의 모든 해는 손실이 20 이하로 거의 없지만, 0.1%의 확률로 5만에서 15만에 이르는 재해가 발생한다. 두 분포 모두 평균은 100으로 같다. 평균만 보고 위험을 판단하면, 오른쪽 같은 구조의 위험은 “평소에는 괜찮다가 갑자기 조직을 무너뜨리는” 위험으로 남는다.
평균 대신 “최악의 해”를 따로 계산한다
이런 위험을 다루는 사람들은 평균 손실 외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따로 계산한다. 포스코의 경우를 보자. 2022년 8월 수도권 집중호우로 손해보험업계 전체가 처리한 차량 침수 피해는 384억 원이었다. 이것이 “평범한 해”의 자연재해 손실 규모에 가깝다. 그런데 바로 다음 달, 힌남노 한 번으로 포스코 한 회사의 생산 손실만 2조 400억 원에 달했다. 평범한 해와 최악의 해의 차이가 50배를 훌쩍 넘는다.

평균은 비슷해도 꼬리의 두께, 곧 첨도(kurtosis)가 다른 두 분포는 전혀 다른 대비가 필요하다.
보험과 재난 관리가 평균에만 기대지 않는 이유
원전 사고나 대규모 금융 위기처럼, 확률은 극히 낮지만 한 번 일어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기는 사건들이 있다. 포스코도 힌남노 이후 보험금으로 2022년 2,340억 원에 이어 2023년 말 1,599억 원을 추가로 받아 총 3,939억 원을 보상받았지만, 2조 원대 손실에는 턱없이 못 미쳤다. 이런 위험은 평균 기대손실만으로 대비 수준을 정하면 항상 과소평가된다. 그래서 기업은 재보험으로 극단적 손실을 분산시키고, 재난 관리 기관은 평균 피해가 아니라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대응 계획을 세운다.
- 평균만 보고 안심하지 마라. 평균이 같아도 분포의 모양(꼬리의 두께)이 다르면 위험은 전혀 다르다.
- “최악의 경우”를 따로 계산하라. 평균 대신 상위 1%, 0.1% 손실 수준을 함께 제시하라.
- 꼬리가 두꺼운 위험은 분산시켜라. 한 주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은 재보험, 공동 기금 등으로 나눠야 한다.
- 드문 사건이라고 대비를 미루지 마라. 확률이 낮다는 것은 대비가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대비의 형태가 달라야 한다는 뜻이다.
더 깊이: 분산과 첨도
강의노트 〈수리통계학 2. 확률변수 — 주요 기대값〉은 평균과 분산 \(\sigma^2=E[(X-\mu)^2]\)에 더해, 분포의 꼬리 두께를 재는 첨도(kurtosis)를 정의한다. 꼬리가 두꺼운(leptokurtic) 분포일수록 평균에서 멀리 떨어진 극단값이 자주 나타난다. 오늘 본 “드문 재해” 시나리오가 바로 이 꼬리가 두꺼운 분포의 전형이다.
SDV 관점: 평균 리스크 지표 뒤에 꼬리 위험을 숨기지 마라
분산과 꼬리를 함께 보는 일은 요약과 추론(1~2단계)을 넘어, SDV(통계적 데이터 가치화)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의 가치를 결정한다. “평균 손실이 작다”는 보고가 꼬리가 두꺼운 위험을 숨기면, 조직은 대비 없이 재해를 맞는다. 데이터를 가치 있는 결정으로 바꾸려면 평균과 함께 꼬리의 두께, 최악의 시나리오, 그 시나리오가 일어날 확률을 나란히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의사결정자가 “평소엔 괜찮은 위험”과 “평소엔 괜찮아 보이지만 치명적인 위험”을 구분할 수 있다. (SDV(데이터 가치화))
결론: 평균 뒤에 숨은 꼬리를 보라
나는 학생들에게 위험을 평가할 때 평균 하나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고 말한다. 같은 평균 손실이라도 고르게 퍼진 위험과 드물게 몰아치는 위험은 전혀 다른 대비가 필요하다. 포항의 한 제철소가 태풍 한 번에 2조 원을 잃었듯, 저확률·고피해 사건을 다루는 지혜는 평균이 보여주지 않는 꼬리를 따로 계산해 보는 습관에서 나온다.
- 포스코 힌남노 피해 추산(생산·판매 손실 2조 400억 원, 복구비용 3,800억 원 등)과 보험금 수령액(2022년 2,340억 원 + 2023년 말 1,599억 원 = 3,939억 원)은 다음 기사를 참고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힌남노 침수 피해 보험금’ 4천억원 수령 — 영남경제, 포스코 ‘힌남노’ 피해 규모 2조여원 — 경향신문
- 2022년 8월 집중호우 차량 침수 피해(384억 원)는 손해보험협회 집계를 인용한 폭우로 쑥대밭 된 강남 — 헤럴드경제 기사를 참고했다.
- 분포 그림(왼쪽·오른쪽 히스토그램)의 구체적인 수치는 포스코 사례를 일반화하기 위한 가상의 시뮬레이션 자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