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을 다루는 더 깊은 생각) 복잡한 사건을 가지 치듯 풀어내기 — 확률나무 그려보기
두 공장, 두 가지 불량률
어느 회사가 부품의 60%를 A공장에서, 40%를 B공장에서 납품받는다고 하자. A공장의 불량률은 2%, B공장의 불량률은 5%다. 이 회사가 받는 부품 전체의 불량률은 얼마일까? 그리고 불량품 하나가 발견됐을 때, 그것이 A공장 것일 확률은 얼마일까? 이런 문제는 식으로 바로 풀려고 하면 헷갈리기 쉽다. 이럴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확률나무(probability tree)를 그려보는 것이다.
가지를 치며 모든 경우를 펼치기
확률나무는 한 사건이 일어나는 과정을 단계별로 가지처럼 펼쳐 그린 그림이다. 첫 번째 가지는 “어느 공장에서 왔는가”(A 60% / B 40%), 두 번째 가지는 그 공장에서 “불량인가 정상인가”(A는 불량 2% / 정상 98%, B는 불량 5% / 정상 95%)다. 각 끝가지의 확률은 그 경로를 따라오는 동안의 확률을 모두 곱한 값이다.
끝가지 네 개의 확률을 모두 더하면 1(100%)이 되고, “불량”으로 끝나는 두 가지(A·불량 1.2%, B·불량 2.0%)만 더하면 전체 불량률 3.2%가 나온다. 전확률 법칙을 공식으로 외우지 않아도, 나무를 보면 “가지를 따라 곱하고, 같은 결과로 끝나는 가지를 더한다”는 규칙이 저절로 보인다.
나무를 거꾸로 읽으면 베이즈 규칙이 된다
이제 반대로 물어보자. 불량품 하나가 발견됐다면, 그것이 A공장 것일 확률은 얼마일까? 나무에서 “불량”으로 끝나는 두 가지(A·불량 1.2%, B·불량 2.0%)만 남기고, 그 안에서 A가 차지하는 비중을 구하면 된다.

A공장이 전체 부품의 60%를 차지하는데도, 불량품만 놓고 보면 A공장 것은 37.5%에 불과하고 오히려 B공장 것이 62.5%로 더 많다. 납품 비중은 낮아도 불량률이 훨씬 높은 B공장이, 불량품이라는 “조건” 안에서는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품질 관리 담당자가 불량품을 발견했을 때 어느 공장부터 점검해야 할지, 나무 하나로 바로 답이 나온다.
- 첫 단계부터 끝까지 가지를 빠짐없이 나눠라. 한 단계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경우를 나열해야 한다.
- 각 가지를 따라가며 확률을 곱하라. 경로 하나의 확률은 그 경로 위 모든 가지의 곱이다.
- 같은 결과로 끝나는 가지는 더하라. “전체 불량률”처럼 여러 경로가 같은 결과에 이르면 그 확률들을 합친다.
- 나무를 거꾸로 읽으면 베이즈 갱신이 된다. 특정 결과로 끝나는 가지들 안에서 비중을 다시 계산하면 사후확률이 나온다.
더 깊이: 강의노트의 구슬 뽑기 확률나무
강의노트 〈수리통계학 1. 확률론 — 베이즈 규칙〉에는 노랑·초록 두 주머니에서 구슬을 뽑는 예제가 확률나무 그림과 함께 실려 있다. 주사위 결과에 따라 어느 주머니에서 뽑을지가 정해지고, 그 주머니 안에서 빨강·파랑 구슬이 나올 확률이 다시 갈라지는 구조는 오늘 다룬 공장·불량품 예제와 정확히 같은 모양이다. 전확률 법칙과 베이즈 규칙은 결국 이 나무를 “앞으로 읽는가, 거꾸로 읽는가”의 차이일 뿐이다.
SDV 관점: 나무로 그려보면 숨어 있던 우선순위가 드러난다
확률나무로 복잡한 사건을 분해하는 일은 요약과 추론(1~2단계)의 실전 도구이며, SDV(통계적 데이터 가치화) 관점에서는 자원을 어디에 먼저 투입할지 결정하는 데 직접 쓰인다. “불량품의 몇 %가 B공장 것인가”라는 질문에 나무로 답하면, 전체 매입량은 적어도 품질 점검 인력을 B공장에 더 투입해야 한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복잡한 사건을 말로 설명하기보다 나무로 그려 보여주면, 데이터 안에 숨어 있던 우선순위가 누구에게나 명확하게 전달된다. (SDV(데이터 가치화))
결론: 복잡한 확률 문제는 일단 그려라
나는 학생들에게 확률 문제가 두 단계 이상 얽히면 공식부터 찾지 말고 나무부터 그리라고 말한다. 전확률 법칙도, 베이즈 규칙도 결국 같은 나무를 앞으로 읽느냐 거꾸로 읽느냐의 차이다. 가지를 치고, 곱하고, 더하는 세 동작만 기억하면 아무리 복잡한 사건도 눈으로 풀린다.
- 공장 A·B의 납품 비중과 불량률(각각 60%/2%, 40%/5%)은 확률나무의 사용법을 보여주기 위한 가상의 설명용 수치다.